A학교 졸업생 학부모 입장 전문 |2025년 2월 26일 서울시교육청 앞 지혜복 교사 부당해임·부당전보·형사고발 철회와 성평등한 학교를 위한 희망텐트
'좀 더 성숙한 사회가 되길 바라며
안녕하세요? 저는 A학교 졸업생 학부모입니다. 작년 이맘때 교육청 앞을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지혜복 선생님이 교육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당연히 학교에 계실 것으로 생각했는데, 추운 길 위에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순간 전년도의 학교 안에서의 사건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일들 때문인가? 알아보니 표면적인 이유는 학생 수 정원 감축에 의한 전보라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일 년 반 전부터 발생한 사건을 비교적 상세히 지켜본 저로서는 학교가 공익 제보자 선생님을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전보 조처로 무마하려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너무나 만연하게 문화로 자리 잡은 얼평, 몸평, 뒷담화. 어쩌면, 이 사건은 이렇게 확대될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 상처받는 아이들이 있었고 아이들은 전부터 자신들이 처한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대부분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던 중 지혜복 선생님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면으로 이끌었습니다. 아이들은 평소 유대와 신뢰가 깊었던 지혜복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결과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무리를 지어 있는 학생이 지나가는 다른 학생의 신체를 두고 다리는 어떻다, 가슴은 어떻다, 얼굴은 어떻다 들리도록 이야기하는 것, 귀에 대고 성적인 이야기를 속삭이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일 것입니다.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후에도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가해 학생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가해 학생들도 아직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라 자신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재발하지 않길 바랐습니다. 남, 여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을 요청했습니다. 지혜복 선생님 또한 징벌적 차원이 아닌 교육적인 접근을 한 거구요. 물론, 학교에서도 명랑운동회를 학년 별로 하는 등 나름의 조치를 했습니다만, 옛 방식의 해결책에 별 효과를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학교 안에서 피해 학생들의 명단이 유출되었고, 학교가 아니더라도 SNS를 통해 소식이 빠르게 퍼지긴 했지만, ‘너네는 별로 잘못한 게 없는데 피해 학생들이 예민하다,’라는 뉘앙스를 학교에서 가해 학생들에게 줘 대립은 극단으로 치달았습니다. 진짜 상처는 거기에서 발생했습니다. 남학생들은 잠재적 가해자 취급을 받은 듯 상처를 받았고, 집단으로 행동했습니다. 일부는 커터 칼을 드르륵 대며 내 얘기 한 사람 누구냐고 추궁하기도 하고, 오히려 여학생만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지혜복 선생님은 남학생들을 차별했다며 남학생들로부터 공기 취급을 당했습니다. 남학생들로부터 야유를 듣고, 지도가 거부되기도 했습니다. 한 학생은 전교생이 있는 앞에서 지혜복 선생님을 바라보고 "네가 선생이야!"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학교는 상황을 방치했습니다. 학교 내부 선생님들의 관계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련의 과정에서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선 피해 아이들은 숨어버렸습니다. 그냥 말하지 말걸, 조용히 살 걸. 일부는 부모에게 이젠 조금도 나서지 말라고 울며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냥 이렇게 다니다 졸업하겠다고 말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줬던 신뢰하는 선생님이 힘없이 가해 당하는 것을 지켜보고 심지어는 전보 조처까지 지켜보며 무력함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본 저도 더 이상 어떤 이야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월 한남동 관저 앞 아스팔트 위에서 잘 성장한 모습을 지혜복 선생님께 보여드리기 위해 자유발언을 한 어떤 대학생을 보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또한 여전히 이 차가운 길 위에 있는 지 선생님과 함께 투쟁하고 있는 분들에게 마음에 빚이 있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의 학부모들에게 물으니 사건 해당 학년만의 문제가 아니더군요. 그냥 덮여있었을 뿐이었습니다. 비교적 순하고 안정적인 학생들이라 평가받던 학교의 일이니 아마도 유사하거나 더 심각한 문제가 여기저기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넓게 보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각종 대립의 문제의 연속지점이라 생각합니다. 세대 갈등, 정치 갈등, 젠더 갈등이 만연한 이 시대, 처벌과 징계로 사건을 종결할 게 아니라 아이들이 갈등의 해결 방법을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 시간이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진통이 되길 바랍니다. ’
[스튜디오알] 지혜복 교사 부당해임·부당전보·형사고발 철회와 성평등한 학교를 위한 희망텐트 - YouTu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