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복 교사 복직 입장발표 기자회견 발언문
정치하는엄마들_김정덕 · 2026-09-09
지혜복 교사 복직 입장발표 기자회견 ❝마침내 학교로 돌아갑니다❞
| 정치하는엄마들 김정덕 활동가 발언문
오늘, 학생들 곁에 서고자 했던 한 교사가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리에서 벌인 싸움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갑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이 승리를 온 마음으로 환영하며, 힘겨운 시간을 버텨낸 지혜복 선생님, 그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 연대해주신 동지들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우리는 지혜복 교사가 길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최초로 학교성폭력을 고발했던 학생들의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공익제보자는 지혜복 교사 그리고 권리가 보호되기는커녕 쉽게 무시되어버리는 학생들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옳았습니다. 부디 이 소식을 접하는 피해 학생, 양육자들의 마음이 조금은 자유로워지길 소망합니다. 더불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려운 순간을 지나고 있을 학교폭력 피해자 분들에게 오늘의 승리가 조금이라도 살아갈 힘을 내게 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선생님이 학교에서 쫓겨나고 해결되지 않았던 사건이 피해 학생들과 그 곁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가 되었는지, 지혜복 공익제보자에게 얼마나 잔인한 시간이었는지, 관련 학부모들 또한 얼마나 살얼음 같은 시간을 보냈는지 교육당국은 뼈아프게 되돌아봐야 합니다. 최초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한 이들의 말과 행동이 바르지 않음을 알고 사과하게 했다면, 타인에게 무례하고 폭력적인 행동이 무엇인지 알려줬다면 어땠을까요. 잘못된 말과 행동을 깨닫고 반복하지 않도록 역할하지 못한 교육당국이 방기하며 때를 놓치는 동안 피해자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배제되고 방치되었습니다.
해당학교 양육자 증언에 따르면 최초 제기된 문제를 묵살한 전임 학교장은 가정교육과 코로나를 탓하며 학부모들의 건의를 무시했습니다. 사건 초기 교장실로 직접 찾아간 학부모에게 본인은 이 일과 관련된 사항을 잘 모른다고 학교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말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이 사건과 지혜복 교사의 전보는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결국 부당전보였음이 밝혀졌습니다. 2023년 2학기 지혜복 선생님을 향한 집단적 가해에 대처하지 않았던 교장이 취한 전보 조치는 사건을 증폭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학생들에 대한 학습권 침해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학교와 중부교육지원청이 사안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공익제보지를 음해한 책임을 엄중히 묻고 교육청이 이들을 승진시킨 경위를 물어야 합니다.
학교폭력 해결구조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2023년 1학기에 제기된 문제가 방학 동안과 2학기 내내 뭉개지며 여학생들은 2차 가해에 시달렸고, 지혜복 교사는 어떤 보호도 없이 통제되지 않는 남학생들의 야유를 견뎌야 했습니다. 공동체적 해결을 모색하지 못한 채 학생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당했습니다. 그 시간을 견디어내고 있는 피해 학생들과 주변 학생들의 마음을 돌보지 못했습니다. 그 곁에 선 학생들 중 일부는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체로 잠재적 가해자로 지목되는 등 마음의 상처를 받았습니다.
교권을 지키겠다고 말하는 교육감이 정작 지혜복 교사를 그토록 오래 거리에서 투쟁하게 두었습니다. 학교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보다, 관련 교사들과 관료들의 안위를 지키는 일이 먼저였습니다. 그 결과, 학생 간 성폭력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요구한 교사는 보호받는 대신 해임 당하고 공익제보자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조직에서 밀려나고, 문제를 방치한 이들은 자리를 지키는 구조. 이것이 반복되는 한, 학교는 성폭력 앞에서 계속 침묵할 것이고 학생들은 가장 위태로운 상태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A학교 성폭력 사안처리 과정, 지혜복 교사에 대한 전보 조치와 공익신고자 인정과 보호 과정 전반에 대해 감사에 준하는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조사와 평가를 실시하겠다는 약속을 내오기까지, 지혜복 교사와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한 협상 과정을 거쳤습니다. 셀프감사라는 비판을 받지 않고 성폭력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2차 가해를 저지른 학교와 교육 당국의 책임자를 묻기위해,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과정과 그 결과는 공정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교육계가 이 일을 반면교사 삼아 무겁게 받아들이고 실효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도록 똑똑히 지켜볼 것입니다.
지혜복 교사의 오랜 투쟁과 승소, 그 과정과 결과 모두가 진짜 ‘교육’이었습니다. 지혜복 교사는 교단에서 쫓겨났지만 가르침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 승리가 교육공동체 회복과 공교육 정상화의 작은 불씨가 되어 꺼지지 않고 타오르기를 고대합니다. 오늘로 다시 시작되는 모든 A학교들의 성평등 투쟁을 학교 안팎으로 이어갈 지혜복 교사와 정치하는엄마들은 끝까지 연대할 것이며 ‘공존을 위한 교육’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