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복교사 부당해임 소송 승리(승소)에 부쳐
정치하는엄마들 · 2026-07-24
[성명] 지혜복 선생님의 투쟁 과정부터 결과까지 진짜 ‘교육'이었다. 지혜복 선생님의 승리가 공교육 정상화의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
오늘 법원은 서울시교육청의 지혜복 교사 해임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학생들 곁에 서고자 했던 한 교사가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리에서 벌인 싸움이 마침내 법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이 승리를 온 마음으로 환영하며, 그 시간을 버텨낸 지혜복 교사에게 존경과 연대의 인사를 전한다.
지난한 투쟁이었다. 2023년 5월, 서울 소재 중학교의 상담부장으로 근무하던 지혜복 교사는 여학생들이 겪어온 성희롱·성추행 실태를 익명 설문으로 확인하고 학교와 교육청에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해 6월 학생인권교육센터에 신고했고, 12월 센터는 2차 피해 정황을 확인하며 학교 측에 시정을 권고했다. 그러나 학교는 2024년 2월 지혜복 교사를 다른 학교로 전보했다. 지 교사는 이를 공익신고에 대한 보복 인사로 규정하며 새 근무지 출근을 거부했고, 130여 일에 걸친 출근 거부와 1인 시위 끝에 서울시교육청은 2024년 9월 12일 해임을 의결했으며, 곧이어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고발까지 이어졌다. 2024년 6월과 2025년 1월, 두 차례의 소청심사에서 전보·해임 처분 취소 청구는 모두 기각됐다. 그럼에도 지 교사는 물러서지 않고 서울시교육청 앞 농성을 이어갔고, 2025년 2월에는 연대 시민 23명이 경찰에 연행됐으며, 2026년 4월에는 고공농성 끝에 다시 연행돼 동료 시민 3명이 구속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그렇게 900일이 넘는 싸움 끝에 2026년 1월 29일 전보 처분 취소 판결을, 그리고 오늘 2026년 7월 24일 해임 무효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승리를 축하하는 것에서 멈출 수 없다. 물어야 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한 교사단체들은 왜 지 교사 편에 서지 않았나? 지혜복 교사는 다른 누구도 아닌 전교조 창립 멤버다. 1989년 전교조 창립에 함께했다는 이유로 대량 해직 사태 속에 해직되었고, 이후 복직해 다시 교단에 섰던 당사자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달랐다. 1989년의 해직은 1,500여 명이 함께 겪은 대량 해고였고, 이를 지지하는 사회적 여론도 두터웠다. 그러나 이번 해임은 정년을 2년 남짓 앞둔 시점에, 홀로 겪은 해고였다. 30여 년 넘게 함께해온 노동조합도, 동료도 곁에 없이, 지 교사는 혼자 거리에서 싸워야 했다. 물론 지 교사의 정당한 투쟁을 연대하는 시민들이 점점 늘어났으나, 힘 있는 교사단체와 교육단체, 학부모단체는 지 교사를 하나같이 외면했다.
학내 성폭력을 알리고 피해 학생 곁에 서려 했다는 이유로 전보되고, 해임되고, 형사고발까지 당한 교사가 거리에서 1인 시위를 하고, 농성을 하고, 고공에 오르는 동안, 교육 현장을 대표한다는 조직들은 침묵했다. 이것이 한국 교육의 현실이다. 그리고 이것이 스스로 진보를 자처하는 교육감들과 그 주변 세력의 현주소다.
교권을 지키겠다고 말하는 교육감들이 정작 지혜복 교사를 그토록 오래 거리에서 투쟁하게 두었다. 학교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보다, 관련 교사들의 안위를 지키는 일이 먼저였다. 그 결과, 학생 간 성폭력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요구한 교사는 보호받는 대신 해임 당하고 공익제보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조직에서 밀려나고, 문제를 방치한 이들은 자리를 지키는 구조. 이것이 반복되는 한, 학교는 성폭력 앞에서 계속 침묵할 것이고 가장 위태로운 것은 학생들이다.
우리는 안다. 이 승리 앞에서도 사과할 양심을 가진 이는 없으리라는 것을.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일이 학생을 지키는 일보다 앞서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라는 것을.
정치하는엄마들은 지혜복 교사의 승리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를 바란다. 뿌리부터 썩은 공교육을 되살려야 한다는 과제가 우리 앞에 남았다.
교육공동체는 철저히 붕괴되었다. 그 결과 교사도 아프고 학생도 아프다. 교육기본법이 명시한 홍익인간의 정신, 서로를 이롭게 하며 함께 배우고 자라야 할 공동체의 정신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 자리를 나만 살고 보겠다는 고도의 개인주의와, 문제를 관계와 신뢰로 풀지 못하고 서로를 고발하고 재판정에 세우는 학교의 사법화가 채우고 있다.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문제를 제기한 교사가 해임당하고 법정에서 홀로 싸워야 했던 그 상황 자체가, 우리 교육이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요구한다.
- 서울시교육청은 지혜복 교사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복직을 이행하라.
- 서울시교육청과 관련 책임자들은 지혜복 교사와 피해 학생들에게 공식 사과하라.
- A학교 성폭력 사안을 다시 전수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 A학교와 전현직 교육감이 공익제보 교사를 탄압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라.
- 전교조를 비롯한 유력 교원단체와 교육단체는 자성하라.
지혜복 교사의 오랜 투쟁과 승소, 그 과정과 결과 모두가 진짜 ‘교육’이었다. 지혜복 교사는 교단에서 쫓겨났지만 가르침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지 교사의 승리가 교육공동체 회복과 공교육 정상화의 작은 불씨가 되어 꺼지지 않고 타오르기를 고대한다. 정치하는엄마들은 끝까지 연대할 것이며 ‘공존을 위한 교육’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2026년 7월 24일
정치하는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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