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슬_충북대학교 사범대학교 재학생 (지혜복 교사 대독) · 2026-05-15
안녕하세요. 동지들께 투쟁으로 인사드립니다. 투쟁!
저는 충북대학교에서 노학연대 활동을 하고 있는 신혜슬이라고 합니다. 또 현재 사범대학교를 다니며 역사 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기도 합니다. 동지들께서 기자회견을 하시는 시간에, 저는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요즘 제가 듣는 수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역사 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했지만, 사실 저는 강의실에서 배우는 것보다는 거리에서 투쟁하는 동지들께 배우는 것들이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오랜 시간 교육 노동자를 꿈꿔왔습니다. 저에게는 상담 시간에 펑펑 울던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시고,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이었던 제게 말없이 문제집과 참고서를 나누어주셨던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그런 선생님이 계셨기에 저는 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저 역시 누군가에게 좋은 어른이 되어주고 싶었고, 소외되는 이가 없는 교실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평등하고, 안전한 교실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웠던 지혜복 동지께서 학교로 돌아가시지 못한 채 세 번째 스승의 날을 맞이하셨다는 사실은 제 꿈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답습하며, 정상성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선별하고 경쟁만을 가르치는 학교 현장을 보면 이 길이 정말로 제가 꿈꾸었던 길이 맞는지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저를 서글프게 하는 것은, 함께 동고동락해온 조합원이자 동지를, 투쟁하는 노동자를 외면하는 전교조 서울지부를 비롯한 노동운동 내부의 현실입니다.
다만 이 숱한 회의감 속에서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폭력과 차별 속에서 숨죽인 채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성소수자 청소년들에게 지혜복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너무나도 절실하다는 사실입니다.
지혜복 동지께서 하셨던 말씀 중 잊을 수 없는 말씀이 있습니다. A학교의 피해 학생들이 ‘내가 피해 사실을 말하지 말걸.', 그렇게 생각할까봐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그래서 꼭 학교로 돌아가야만 한다고.
우리에게는 지혜복이 필요합니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이야기한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어떠한 폭력도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줄 어른이 필요합니다.
서울시교육청에게 묻겠습니다. 경찰력을 동원해 노동자와 시민을 강제 연행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교육입니까? 공익제보자의 목소리를 짓밟고 부당징계하는 것이 교육입니까? 성폭력 피해 학생의 목소리를 외면하며 입으로는 학생 인권을 이야기하는, 그런 것이 당신이 말하는 교육이라면, 저는 그런 교육은 받지도, 하지도 않겠습니다.
학생들에게 권력을 갖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해도 된다고, 폭력으로 사람을 짓밟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렇게 가르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힘으로 찍어누르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직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에게는 지혜복 동지가 계신 곳이, 고진수 동지가 계신 곳이, 투쟁하는 이들의 삶과 이야기가 있는 곳이 가장 좋은 학교이고, 배움터입니다. 제가 배운 그 귀중한 연대의 가치들을 잊지 않고 이 투쟁 승리하는 날까지, 지혜복 동지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을 만나시는 날까지 함께 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투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