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성교육은 모든 학교로!

더 이상 선언과 구호로 책임을 대신할 수도 없습니다.

발언문/에세이

김숙영_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 2026-06-18

안녕하십니까.

저는 공교육을 걱정하는 한 양육자이자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김숙영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서면서 이제는 분노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2023년 서울 A중학교에서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많은 시민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였습니다. 학교 내 성폭력 문제를 알리고 피해학생을 보호하려 했던 지혜복 교사는 전보되었고, 부당전보 철회를 요구하다 결국 해임되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혜복 교사가 공익신고자에 해당하며, 전보 조치가 공익신고에 따른 불이익 조치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럼에도 지혜복 교사는 아직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A학교 투쟁은 단순히 한 학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투쟁은 우리 학교 안에 존재하는 성폭력의 실태를 드러냈고, 사건을 해결하기보다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교육관료주의가 어떻게 공교육을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습니까?

 

지난 5월 서울의 또 다른 중학교에서는 남학생이 여자화장실에서 여학생을 불법 촬영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현재 학교폭력 절차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며 피해학생 보호와 추가 피해 여부 확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현재 학교 내 불법촬영 사안 공정 처리 촉구 탄원서를 받고 있습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2023년 A중학교 사건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무엇을 바꾸었습니까?

성폭력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어떤 대책을 마련했습니까?

피해학생 보호 체계는 얼마나 강화되었습니까?

성폭력 예방교육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이루어졌습니까?

만약 지난 3년 동안 제대로 된 성찰과 개선이 있었다면 왜 우리는 또다시 학교 화장실 불법촬영 사건이라는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까?

 

정근식 교육감은 재선 이후 "더 지혜로운 눈길로 현장을 바라보고, 더 따뜻한 손길로 학생과 교직원을 보듬고, 더 낮은 곳으로 향하는 걸음으로 교육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서울교육에서 가장 낮은 곳은 어디입니까?

가장 먼저 보아야 할 곳은 어디입니까?

바로 성폭력 피해학생들이 있는 자리입니다.

학교를 믿었다가 상처받은 학생들의 자리입니다.

그리고 그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냈다가 학교에서 쫓겨난 교사의 자리입니다.

교육감께서 정말 교육의 사각지대를 없애고자 한다면, 바로 그 자리부터 보셔야 합니다.

 

학교 성폭력은 일부 학생의 일탈이 아닙니다.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학교문화의 문제이며, 성평등 교육의 부재가 낳은 교육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사건이 발생한 뒤 처벌만 이야기해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예방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예방의 핵심은 교육입니다.

우리는 정근식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에 포괄적 성교육 도입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포괄적 성교육은 단순히 성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이 아닙니다.

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상대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교육입니다.

학생들이 건강한 관계를 맺고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입니다.

 

정근식 교육감에게 다시 요구합니다.

교육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말씀하셨다면 가장 먼저 A학교 성폭력 피해학생과 양육자, 지혜복 교사, 집단연행 피해 부상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회복을 지원하십시오.

더 따뜻한 서울교육을 만들겠다고 말씀하셨다면 지혜복 교사와 피해학생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십시오.

배움이 행복한 서울교육을 만들겠다고 말씀하셨다면 학생들이 성폭력의 두려움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드십시오.

교육은 학생들의 안전과 존엄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성폭력 피해학생이 외면당하는 학교에서 배움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진실을 말한 교사가 탄압받는 학교에서 교육은 바로 설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정근식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에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합니다.

첫째, A학교 성폭력 피해학생과 양육자, 지혜복 교사, 집단연행 피해 부상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회복을 지원하십시오.

둘째, 지혜복 교사에 대한 해임과 형사고발을 취소하고 즉각적인 A학교 복직을 확약하십시오.

셋째, A학교 성폭력 피해학생 회복 지원, 서울 학교 성폭력 전수조사, 학내 성폭력 사건 처리절차 개선, 그리고 초·중·고 발달단계에 맞는 체계적인 포괄적 성교육 도입을 즉각 추진하십시오.

 

학교 성폭력이 반복되는데도 예방교육을 외면한 채 학생 행복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더 이상 선언과 구호로 책임을 대신할 수도 없습니다.

 

양육자들과 정치하는엄마들은 우리 아동·청소년들이 안전한 학교에서 배우고 성장할 권리를 위해 끝까지 요구하고 끝까지 행동할 것입니다.

 

서울시교육청과 정근식 교육감은 더 이상 침묵하지 마십시오.

이제는 책임 있게 교섭에 나서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응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학교 성폭력 공익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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