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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과 시혜의 대상을 벗어나 권리의 주체로 나서는 결의

발언문/에세이

이용덕_이주노동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 · 2026-07-01

동지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주노동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용덕입니다. 투쟁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투쟁!

저는 꿈 같은 투쟁을 얘기하려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금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수백 명의 이주노동자가 기본급을 삭감하고 성과차등임금제 도입에 맞서 투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꿈 같은 투쟁인가? 재작년 9월 기준 한국의 이주민은 260만 명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140만 명이 넘고 그 중, 저들이 “불법 노동자”로 매도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40만 명이 넘습니다. 그 누구도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이 없으면 이 사회가 단 하루도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착취와 억압, 차별과 소외는 너무나 끔찍합니다. 지난 6월 27일 전남 목포 대불산단 미주산업에서 몽골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가 대형 선박 배관에 복부를 강타당해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2025년 이후 공식집계된 대불산단의 중대재해만 14건입니다.

이런 잔인한 현실 속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개별적인 투쟁을 해 왔고, 저 같은 정주 활동가들과 노동자들이 함께 연대했습니다. 하지만 한계가 너무 많았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이중 삼중의 억압 속에서 집단적 투쟁을 전개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뭉쳐 싸우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주노동자들의 잠재력을 믿었습니다.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이라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그 꿈이 하나 하나 실현되고 있습니다. 정말로 소중한 투쟁이고, 가치 있는 투쟁입니다.

지금 투쟁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위대한 결단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은 여러분이 다니는 회사에서 다른 회사에 옮기고 싶어할 때 사장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마음대로 회사를 옮길 수 없다니 노예도 아니고 그런 제도가 어디 있냐고 하실 겁니다.

고용허가제라는 제도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은 취업 기간 최초 3년 동안 3번만 회사를 옮길 수 있습니다. 3년 일하고 사장의 추천을 받아 1년 10개월 동안 재고용될 수 있는데, 이때는 2번만 회사를 옮길 수 있습니다. 말씀드렸듯 사장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임금체불, 휴업·폐업, 성희롱·성폭력은 횟수에 포함되지 않지만, 노동자 스스로 입증을 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퇴사하지 못하고 일하면서 입증해야 합니다. 조건도 까다롭습니다. 예를 들어 임금체불의 경우 월 임금의 30퍼센트 이상의 금액을 2개월이 지나도록 지급하지 않거나, 지연하여 지급한 경우라는 조건이 붙습니다.

몸이 아무리 아파도 쉽게 옮길 수 없습니다. 저는 일주일에도 몇 건씩 사업장 변경 상담을 합니다. 최근 강릉 명진호라는 배에서 일하는 베트남 이주노동자는 허리디스크로 4주 이상의 치료 진단을 받았습니다. 업무적합성 부적합 평가서도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13주 이상의 진단서가 필요하다는 고용하가제 기준 때문에 사업장 변경을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어느 노동자의 사장은 “나는 사업장을 자유롭게 옮길 수 없는 너의 약점을 알고 있다, 여기서 일하기 싫으면 베트남에 가라”고 얘기했습니다.

조선소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E-7 노동자나 농촌에서 일하는 계절노동자는 3번, 2번이라는 횟수조차 없습니다. 오직 임금체불, 휴업폐업, 성희롱·성폭력 등 예외적인 사유가 있어야 사업장 변경이 가능한데, 한국의 법과 제도, 언어를 잘 모르는 이주노동자 스스로 이러한 사유를 입증하긴 어렵습니다.

지금 울산에서는 싸우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HD 현대중공업에 직접고용된 E-7-3 노동자들입니다. 당연히 사업장 이동의 자유는 없고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합니다. 1년 재계약으로 최대 3년까지 일할 수 있습니다. HD 현대중공업은 이 이주노동자들에게 밥값을 50만원 이상 공제하다가 비판에 직면하자 밥값 공제를 안 하는 대신 기본급을 삭감하고 성과차등임금제도를 도입하는 새로운 근로계약서를 내밀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회사에게 찍히면 재계약을 못하는데도 새로운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거부했습니다. 회사의 강요에 못 이겨 서명한 노동자들도 투쟁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정주노동자들도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더 이상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살지 않겠다는 이주노동자의 인간선언입니다. 동정과 시혜의 대상을 벗어나 권리의 주체로 나서는 결의입니다. 

작년 전남 나주에서 스리랑카인이 지게차 화물에 묶인 채 학대를 당했습니다. 이재명은 "소수자, 약자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자 명백한 인권 유린“이라고 했습니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가로막는 고용허가제를 유지하고 강력한 단속추방 정책을 펼치면서 인권유린 운운하다니 이 얼마나 치졸한 위선이고 기만입니까?

실제로 바뀐 것은 없습니다. 올해 경기 화성의 한 공장에서 사장이 태국 이주노동자의 항문에 에어건을 쏜 일이 발생했습니다. 저는 지난 3월 11일 경기도 이천 자갈가공업체 중앙산업에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23세 베트남 이주노동자 응웬 반 뚜안님 사건을 대리했습니다. 방호 덮개도, 비상정지 장치도 없고, 2인 1조도 원칙도 무시된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그는 야간 노동이 위험하고 힘들다고 했지만, 사업장을 옮길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위험해도 위험하다고 말할 수 없는, 사업장을 바꿀 수 없는 야만적 착취 제도 아래 지금도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정부의 위선과 기만으로는 절대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바꿀 수 없습니다. 위로부터의 시혜나 동정으로도 바꿀 수 없습니다. 이주노동자의 현실은 오직 이주노동자 스스로의 투쟁,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의 단결 투쟁으로만 바꿀 수 있습니다.

동지 여러분, 최소한의 권리도 빼앗긴 채 착취와 억압, 차별에 신음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존재하는 한 정주노동자들의 권리는 근본적으로 나아질 수 없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이 정주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아래로, 아래로 끌어내리는 압력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동지들, 함께 투쟁합시다. 지금 울산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합시다. 이 투쟁을 승리로 만듭시다. 거대한 변화의 씨앗을 만듭시다.

오늘 7월 5일 울산에서 전국이주노동자 결의대회가 열립니다. 전국 각지에서 연대버스가 출발합니다. 서울에서는 8시 신도림역 출발입니다. 동지들 함께 투쟁합시다.


현대판 노예제도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노동자는 하나다 울산 현대중공업 투쟁 승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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